땅속에 사는 동물들 — 그리고 두더지가 장애물이 된 이유
땅을 파고 사는 동물은 생각보다 많아요.
저마다 다른 이유로, 다른 모양의 굴을 짓습니다.

두더지는 굴 파기의 장인이에요.
삽처럼 넓적한 앞발로 흙을 밀어내며 길을 뚫습니다.
두더지에게 굴은 집인 동시에 사냥터예요.
통로를 지나다 흙벽으로 떨어지는 지렁이와 벌레를 잡아먹거든요.
땅 위로 봉긋 솟은 흙더미는 그 공사의 흔적입니다.
프레리도그는 북미 초원에 사는 다람쥐과 동물인데, 여럿이 모여 큰 지하 마을을 이뤄요.
굴마다 쓰임이 나뉘어 있고, 천적이 나타나면 특유의 울음소리로 서로에게 경보를 보냅니다.
오소리의 굴은 '세트(sett)'라 불리는데, 대를 이어 오래 쓰이며 점점 넓어져요.
입구가 여러 개인 큰 세트도 있습니다.
이렇게 땅속은 생각보다 붐비는 동네예요.
누군가에겐 사냥터, 누군가에겐 마을, 또 누군가에겐 대대로 물려받는 집이죠.
셋 중에 두더지만 게임에 들어왔다
모카가 파 내려가는 굴에도 먼저 자리 잡은 이웃이 하나 살고 있어요.
두더지입니다.
셋 중에 두더지를 고른 데는 이유가 있어요.
프레리도그의 마을이나 오소리의 세트는 "공간"이 특징이에요.
넓은 굴, 여러 방, 많은 입구.
그런데 이 게임의 굴은 갈래 없는 관 하나라서 그런 구조를 보여줄 자리가 없습니다.
두더지는 다릅니다.
두더지의 특징은 공간이 아니라 움직임이에요.
벽을 뚫고 다니다 불쑥 나타나는 것.
이건 관 하나짜리 터널에서도 그대로 표현할 수 있고, 마침 러너 게임에 딱 필요한 종류의 위협이기도 했어요.
정지한 장애물과 움직이는 장애물
바위와 뿌리는 가만히 있어요.
그래서 이것들이 요구하는 건 반응입니다.
보이면 피하거나 뛰면 되고, 늦으면 맞는 거죠.
두더지는 벽을 따라 좌우로 천천히 오가면서, 동시에 벽에서 빼꼼 나왔다 들어갑니다.
그래서 요구하는 게 달라요.
지금 위치를 보고 피하면 늦고, 가는 방향을 보고 그 반대로 가야 합니다.
반응이 아니라 예측을 시키는 장애물인 셈이에요.
이 차이 때문에 두더지는 초반에 안 나옵니다.
어느 정도 내려간 뒤부터 등장해요.
조작도 익숙하지 않은데 예측까지 요구하면 그냥 억울하게 죽거든요.
난이도 곡선에서 "반응을 배운 다음에 예측을 배운다"는 순서를 지키는 셈입니다.
움직이는 속도도 일부러 느리게 잡았어요.
빠르게 왔다 갔다 하면 예측이 아니라 운이 됩니다.
천천히 움직여야 플레이어가 방향을 읽고 대응할 시간이 생겨요.
굴마다 다른 이웃
밤하늘 달빛 굴에는 두더지 대신 별똥별이 링을 가로질러요.
원리는 두더지와 같은 "움직이는 장애물"인데 규칙이 달라요.
두더지가 왔다 갔다 하는 반면 별똥별은 한 방향으로만, 훨씬 빠르게 지나갑니다.
그래서 대응법도 반대예요.
두더지는 방향이 바뀌길 기다렸다 반대로 피하지만, 별똥별은 기다리면 안 되고 확실히 앞질러 건너가거나 뒤로 빠져야 합니다.
같은 종류의 위협에 규칙 하나만 바꿔도 굴의 성격이 달라지더라고요.